화사한 웃음 뒤에 숨겨진 ‘쩐의 음모’를 고발한다.


 
오래도록 TV 없이 살아 온 터라, 가끔씩 벗님네 집에라도 들릴라치면 물끄러미 TV를 들여다보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요. 바로 인기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대부업체의 ‘무이자 무담보 신용대출’ 광고 때문이었습니다.

금융피해자들의 고혈(膏血)위에 춤추는 연예인들

애오라지 월급날만 기다려하는 월급쟁이, 하루벌이 노동자, 특별한 가외소득이 없는 농민들이 자녀 학자금이나 사고 질병 등 갑작스럽게 목돈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합시다. 이들은 어디서 목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현재의 시중은행금리가 5~7%. 하지만 담보능력이 없는 서민들에게 은행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그렇더라도 사채시장을 기웃거리기에는 높은 이자와 무지막지한 거래 관행 때문에 겁이 날 수밖에 없지요.

이러한 터에 - “무이자~ 무이자~ 무담보~ 무담보~” - 이름만 들어도 친근하고 정겨운 연예인들이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고금리대부업체들의 대출미끼를 던집니다. 급전에 애가 탄 서민들이 멋모르고 덥썪 물었다가는 그 즉시 대부업체 고금리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지요.
대부업법에 의하면 대부업체의 연이자율은 66%로 제한돼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사채시장 이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자칫 연체가 시작되는 순간  얼마 못가서 원금의 몇 배로 빚이 늘어난다고 하소연 합니다. 실제로 등록대부업체의 평균이자는 연 181%, 무등록업체의 경우에는 연 21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고금리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지요.

이와 관련하여 모 일간지는 불법추심을 지시하는 대부업체 R사의 내부 매뉴얼을 입수 보도했습니다.
매뉴얼 중에는 ‘채무자를 자극해서 돈을 받아내라’ ‘ 공포감을 갖게 하라’ ‘난처한 시간에 찾아가라’ ‘가족·친구를 공략하라’등등의 지시가 나열되어 있답니다. 구체적으로는 - 채무자 주변에 연체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 전보를 발송, 문자·음성 메시지 남기기, 가족의 소득과 직장정보 이용하기, 경품설문조사를 사칭해서 가족의 인적정보 빼내기 등등 - 불법추심의 방법과 항목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답니다.

나날이 번창하는 대부업

얼마 전 재정경제부는 전국 1만7539개 대부업체에 대한 첫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등록한 대부업체의 대출시장규모가 최대 8조원. 무등록 불법대부업체의 대출시장은 10조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것은 외국의 투기자본이 이 18조원에 이르는 금융소외계층의 대출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외국계 대부업체들은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사채시장을 석권했지요.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신용대출시장을 장악했고 영․미계 금융자본들은 담보대출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이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낮은 조달 금리를 바탕으로 단시간 내에 수백억 원대의 이익을 내고 있답니다.
이중, ‘러시앤캐시’라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 ‘아프로금융’은 지난해 992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일본계 대부업체 ‘산와머니’도 지난해 85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요. 그 밖에도 ‘원캐싱’ ‘하트캐싱’ ‘유아이’ 등 일본계 대부업체들도 알짠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스탠다드차타드뱅크’가  설립한 대부업체 ‘한국프라임파이낸셜’도 전국에 12개의 점포를 개설하는 등 국내 사채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20%가 넘는 564만 명이 신용등급 8~10등급으로써 은행권이용이 배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포함하여 700여만 명이 넘는 금융소외계층이 고리대금의 노예로 살아갑니다.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소외계층의 고혈로 대부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지요.

무이자 무담보 신용대출 - 따뜻하고 친근한 웃음 뒤에 숨겨진 ‘쩐의 음모’

하루 온종일 TV화면을 장식하는 대부업체의 허위 과장광고가 멋모르는 청년층과 여성들을 고리대금업나락으로 유혹합니다. ‘무이자 무담보 신용대출’ - 이 광고를 순진하게 믿고 선택하는 순간 사람들은 고리대금의 노예로 전락하게 되지요. 수많은 사례들이 이러한 사채시장의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부업체의 무이자 무담보 신용대출광고는 ‘낚시 밥’입니다. 유혹에 끌려  덥썩  낚시 밥을 물었다가는 그 끝을 모르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게 마련이지요. 그러다가 끝내는 개인도 가정도 절망의 구렁텅이로 나가떨어지게 됩니다.

아주 드물겠지만 대부업체들의 무이자 무담보 신용대출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왜 무이자 대출을 해주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대부업체의 태생이 사채업자인 이상 이들이 금융소외계층의 수호천사일리는 없을 터. 이들 대부업체의 이러한 영업행태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요?

대부업체의 무이자 무담보 신용대출 광고를 들여다보면 몇 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그 대상이 신규대출고객이라는 점입니다.
둘째, 자격조건을 뚜렷하게 명시하지 않고 누구나 대출상담을 하도록 유혹한다는 점입니다.
셋째, 365일 24시간 대출신청 가능, 30분 즉시 대출,  15일부터 최장 60일까지 무이자 무담보 신용대출 한다고 과장 선전을 일삼는 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해서 잠시 동안만 급전이 필요할 뿐, 대부업체를 상대하지 않아도 될 만큼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자신의 신용정보조회를 허락해야 합니다. 그렇게 대부업체에서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순간 그 사람의 신용은 주의수위인 7~9등급으로 떨어져 버리지요. 그 이후 그 사람은 은행을 비롯한 제1, 2금융권에서의 대출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또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쓴 사람은 이후 3년 동안 은행권으로부터 신용불량자로 치부됩니다. 대부업체의 대출기록이 3년 동안이나 신용기록으로 남아 있게 되기 때문이지요.

IMF이후 혹독한 시련을 겪은 우리나라의 모든 금융기관은 나름대로 신용평가라는 잣대를 사용하여 영업활동을 합니다. 모든 금융이용자의 신용정보를 시스템화 된 기관을 통해 한 곳으로 모으고 이를 근거로 점수를 매겨서 신용등급을 정하지요. 이러한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작업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 하나가 금융소비자의 대부업체 이용정보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전화 또는 인터넷을 통하여 대부업체와 대출상담 한번 받은 것조차도 신용조회기록에 남게 되지요.
이 단 한 번의 기록.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상담흔적 자체만으로도 은행권으로부터 ‘신용불량대기자’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금융이용자들은 이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습니다.

그렇게 신용등급이 전락된 상황에서 은행권의 대출길이 막힌 금융이용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이번에는 진짜, 66%가 될지 180%가 될지 아니 200%가 넘게 될지 가늠조차 해 볼 수 없는 대부업체의 돈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무이자 무담보 신용대출’이라는 대부업체들의 광고의 목표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행(?)을 베푸는 이유는 단 하나. 신용등급이 우수한 은행권이용자들을 유혹해서 그들의 신용점수를 듬뿍 깎아내리려는 것이지요.
대부업체들은 신용등급이 우수한 금융이용자들의 돈을 먹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목적은 신용등급이 높은 금융이용자들의 신용점수를 듬뿍 배불리 먹어치우는 것이지요. 따라서 대부업체이용자들이 까먹은 신용등급은 가까운 장래에 대부업체에게는 큰 권력이 되고 자신들에게는 절망적 약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대부업체들은 멀쩡한 신용등급의 금융소비자들을 유혹해서 ‘신용불량대기자’라는 족쇄를 채우고 자신들의 노예로 삼아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부업체의 얼굴마담을 자임한 인기 연예인들. 그들의 광고를 아무런 여과도 없이 밤낮 틀어내는 방송사. 대부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와 정치권. 이들은 다함께 음흉스러운 ‘쩐의 음모자’들입니다. 가난한 서민들을 절망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흉악한 범죄 집단이지요.

고삐 풀린 대부업체의 망국적 영업행태에 다시 고삐 매라.

지난 5월 22일 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안과 대부업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습니다. 하지만 폭리라 할 수밖에 없는 이자율을 인정하는 등 민생경제를 지지하고 보호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뿐이지요.

그동안 정부는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방치해 왔습니다. 도리어 사채시장을 양성화 한다는 명목으로 등록대부업체에 특혜를 부여함으로써 대부업체의 공격적이고 불법적인 영업행태를 부추겼지요. 민생경제를 살피고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이를 대부업자들에 떠넘겨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정부는 대부업체의 불법영업행태로 인해 파탄 난 민생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고삐 풀린 사채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를 테면, 이자제한법 시행령의 최고 이자율을 연 20% 정도로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대부업체의 최고 이자율도 이자제한법에서 제한하는 최고 이자율의 10%를 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해야 할 것 이구요. 또한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정기적으로 대부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이에 따른 마땅한 정책수립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대부업체의 불법영업에 대한 벌금형 및 징역형 등 현실적인 규제책을 내용으로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빠른 시일 내에 제정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요즈음 설왕설래되고 있는 ‘무담보 소액대출은행’ ‘사회공헌기금’ ‘정부지원소액보험제도’ 등이 빠른 시일 안에 시행되어야 합니다.

금융소비자들이여! 스스로의 금융행태를 새롭게 하라.

대부업체의 음흉한 ‘쩐의 음모’에 걸려 삶을 망친 사람들은 우리의 주변에 수없이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사채시장의 폐해와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지요.
이와 관련하여 사람들은 모든 정책에서 뒷북만 치는 정부와 정치권을 성토합니다. 민생경제를 파탄 낸 정부를 나무라는 일에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삶의 마당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일에는 무관심하지요. 그러나 이제 자신을 돌아보아야할 때입니다.

먼저, 대부업체의 대출광고는 기쁘고 복된 소식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무이자~ 무이자~ 무담보~ 무담보~”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와서 불러대는 노래들이 새 희망의 노래가 아니라 절망과 파멸을 유혹하는 노래라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은 아주 교묘하고 치밀한 음모와 함정이 도사린 허위과장광고일 뿐입니다. 평소 좋아했고 친밀했던 연예인들은 보통광고보다 훨씬 더 많은 광고출연료를 받고 대부업체들의 얼굴마담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둘째, 자신의 처지에 알 맞는 돈 관리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카드 빛은 절대로 내지마라”조언 하겠습니다. 카드는 빼 쓰고 또 빼 써도 다하지 않는 당신의 화수분 단지가 아니지요. 카드는 그저 안전하고 편리하게 당신의 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 일 뿐입니다.
따라서 돌고 도는 것이 돈이라고 하지만 대부업체의 금고는 절대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입니다.

셋째,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일상을 누리는 일에 사채까지 동원하는 사람은 정신 나간 사람이지요.
설사 그런다고 해도 특별한 이벤트는 진실한 인생이 아닙니다. 가끔씩 하는 일상에서의 탈출일 뿐이지요.
이점에서 요즈음 인기 있는 ‘쩐의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사채로 인해 송두리째 파괴되는 사람들의 일상과 피눈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Fatal error: Call to undefined function get_thumbtag() in /home4/humanrights/http/bbs/skin/ggambo7002_boardgallery/ggambo_lib.zend on line 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