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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및 교육 제 단체 성명서
청소년들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 막지마라!
청소년들의 손에서 피어난 작은 촛불들이 개발과 성장의 그늘을 뚫고 봄을 활짝 피우기 시작하였다. 그 누가 감히 이 작은 봄들을 왜곡하고 짓밟을 수 있단 말인가! 지난 5월 3일부터 전국을 뒤덮은 ‘괴담’과 ‘난동’의 주인공 청소년들은 이미 예전부터 들끓고 있었다. 끝을 모르는 입시전쟁과 교육양극화속에서 청소년을 철저히 무시한 최근 정부의 교육정책이 불쏘시개가 되고, 자신들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은 기름이 된 것이다.
진짜 큰 문제는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자신의 문제를 겸허히 반성하고 뉘우치는 정부관계자, 정치권, 책임 있는 어른들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왜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따져보고 자성하는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온통 ‘괴담’이니, ‘철없는 학생들을 선동하는 배후’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맞은 놈은 있는데 때린 놈이 없는 기막힌 현실 앞에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청소년들이 쇠고기 전문가도 아니고 협상가도 아니고 정치꾼은 더더욱 아니다. 청소년들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상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다고, 배운 것이 모자라다고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전문지식이 없다고 윽박지를 일이 아니라 상식과 양심에 기반하지 못한 어른들 자신에 대한 질책이 당연히 앞서야 한다. 지금 청소년들의 행보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 어른들에 대한 질책이자, 양심에 대한 호소이다.
그러나 최근 교육당국은 “잘못 알려진 사실에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대중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대적인 생활지도를 예고하고 있으며, 정부당국은 ‘허무맹랑한 유언비어’, ‘명예훼손’, ‘정치적 선동’, 심지어 ‘학교 업무 방해’를 이유로 광우병 논란을 불법으로 몰아가고 아이들의 문자 메시지까지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죄지은 자가 거꾸로 매를 들고 덤비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업무방해’ 같이 법리적으로 사실상 처벌이 어려운 것까지 들고 나와 ‘순수한’ 청소년들의 행동을 ‘정치적으로’ 협박하는 태도는 매우 비교육적인 처사이다.
우리나라도 가입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 15조에는 “당사국은 아동의 결사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이 권리의 행사에 대하여는 법률에 따라 부과되고 국가안보 또는 공공의 안전, 공공질서, 공중보건이나 도덕의 보호 또는 타인의 권리와 자유의 보호를 위하여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것 이외의 어떠한 제한도 과하여져서는 안 된다”고 그 권리를 밝히고 있다.
지금 청소년들이 보여주고 있는 집단행동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된 기본 권리이며, 민주시민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높이는 자치활동의 일환이다. 따라서 정부와 교육당국은 이러한 청소년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상식적 반성과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대화할 수 있는 광장과 제도적 통로를 만들어야 마땅하다.
정부와 대구시교육당국 또한 최근 수준별 수업과 심야보충, 자율학습의 시간 규제를 없앰으로써 학교들의 무한경쟁을 촉발하고 방과 후 수업과 모의고사에 대한 사교육 진출을 허용함으로써 교육의 공공성을 크게 저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일선 학교에서는 학원 및 교재사들과 유착이 도를 넘고 있으며, 석차공개와 입학 전 자율학습 등 각종 비교육적 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입시대박’이라는 구호는 입시유일신(神)을 모시는 광신도들의 주문으로 되고 있으며, 청소년들의 인성과 자치, 문화는 깡그리 뭉개 버린 채 학교를 거대한 사육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자율이라는 명분은 사교육 자본의 자유로 변질되고, 사교육의 무한경쟁은 청소년들을 무한절벽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아이들의 올바른 교육을 받을 권리는 박탈되고 이는 곧 청소년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이러한 저항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누구나 이 땅에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존엄한 권리를 지니고 있으며, 마땅히 세상 다른 모든 권리 또한 존중해야 한다. 어른들이 이러한 자각 없이 교문 속에 청소년들을 가두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이미 어른이 아니다.
만에 하나 단 한명이라도 처벌이나 위해를 당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죄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양심을 걸고 끝까지 싸울 것을 밝히는 바이다.
하나. 일련의 사태에 책임 있는 정부당국자와 정치인들은 즉각 사죄하고,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둘. 교육 및 정부당국은 청소년들의 정당한 행동에 비교육적 대응을 즉각 중단하고 청소년들의 안전과 자치적 민주교육 보장에 힘써야 한다.
셋. 4.15 학교자율화 정책과 대구교육청의 추진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청소년들을 비롯한 교육주체들의 의사반영과 책임 있는 논의를 진행하여야 한다.
2008년 5월 10일
교육기획력 실천모임 / 대구참여연대 / 인권운동연대 /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구지부 / 평등교육실현 학부모회 / 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 / 한국청소년지원협의회 / 청소년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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