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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을 능력이 없는 데도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대금을 연체한 것은 사기죄에 해당돼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신용카드 대금을 갚지 않은 것은 사기가 아니라는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22일 신용카드 대금 5350만여 원을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장 모씨(33ㆍ여)에 대한 상고심에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카드회사에 대금을 성실히 갚겠다 는 약속을 전제로 한다"며 "이미 과다한 채무가 있었는 데도 계속 물품을 구입하고 현금서비스를 받은 것은 범죄 의도를 갖고 카드사를 속인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 3부는 지난해 11월 변제능력이 없음에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1500만여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이 모씨에게 사기죄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신용카드는 엄격한 신용평가를 거쳐 한도액을 정해 발급하는 만큼 채무초과 상태에서 카드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피고인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면서 자신에 대한 정확한 신용정보를 제공했고 연체 가 불거지기 전까지 카드대금 5000만여 원을 정상적으로 결제해 (범죄 의도가 없었 다는 것이) 무죄 이유"라는 것이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단순히 연체 여부로 유ㆍ무죄를 가리지 않고 카드 사용 당시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유죄 판결을 받은 장씨도 지난해 무죄를 받은 이씨와 마찬가지로 카드 발급시 허위 정보를 제공한 일이 없고, 93년부터 2002년까지 별다른 연체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하급심에서 인정됐다.
결국 두 사건은 외관상 명백히 다른 차이가 없는 데도 대법원이 해석에 따라 판결 을 달리한 셈이어서 거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경제 2005-08-23] 이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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