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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월드컵에 미쳐 있는 사이, 우리도 모르게 독재자가 등장했습니다.
정말 이럴수 있는 건가요? 영국, 미국 등 정보통신망이 발달된 선진국에서는 모두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를 어느 한 기관이 독점하지 않고 , 기관별로 명확한 공유기준을 마련하여 연계를 하고 있건만....
우리나라가 아무리 인권후진국이라 해도 정말 이럴수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형사사법망 사업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인권수준은 북한보다도 훨씬 못하게 될 것입니다. 아래는 미디어 다음에 게재된 죽림누필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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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는 빅 브라더를 부른다
1984년, 인류는 기술문명의 발달에 의해 모든 정보를 장악하게 된 ‘빅 브라더(Big Brother)’라는 절대권력의 출현으로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유린당하게 된다. 1948년 출판된 소설 <1984년>에서 죠지오웰은 국가기관에 의한 정보장악의 위험성을 이와 같이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빅 브라더’를 부를 수도 있는 위험한 사업이 무분별하게 추진되고 있다.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가 그것이다.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는 수사에서 재판, 그리고 형집행에 이르는 모든 형사사법기관들이 하나의 통합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여 2007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수사기록을 비롯한 모든 형사사법정보가 전자화되어 단일 서버 속에 통합 DB 형태로 구축되게 된다. 이러한 ‘정보의 전자화’와 ‘정보의 집중’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전자화된 정보의 집중
현재 경찰, 검찰, 법원, 법무부 등 형사사법기관들은 일정한 형사사법정보들을 전자화하여 DB형태로 각자의 서버에 관리하고 있다. 이것이 하나의 서버로 통합되면 그 자체로 오·남용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금은 전자적으로 관리되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다. 처분날짜나 처분내용 따위의 사항이 간단한 숫자 또는 문자로 저장되는 정도다. 그러나 앞으로 조서와 수사보고 그리고 각종 증거서류 등 거의 모든 정보들이 전자화되어 서버에 저장된다면 그 정보의 양과 내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DB화된 전자 정보들은 검색이 용이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은 누군가 경찰의 전산망을 들여다보더라도 특정인의 입건날짜, 죄명, 송치날짜, 처분관서 등과 같은 개략적인 사항을 알 수 있을 뿐이지만,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가 구축되면 조서와 수사보고 및 증거서류의 내용을 그대로 읽어볼 수 있으므로 피의자의 재산관계, 부적절한 이성관계, 가정불화, 예금계좌, 전화번호, 그리고 심지어 피의자 가족의 인적사항에 이르기까지 피의자와 관련된 모든 개인정보와 사생활의 비밀에 속하는 사항들까지 클릭 몇 번으로 고스란히 알아낼 수 있다.
몇 년 전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NEIS(교육행정 정보시스템) 파문을 기억할 것이다. 이때도 정보의 집중과 그로 인한 오·남용의 가능성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하지만 NEIS에 들어있는 정보가 기껏해야 학생의 성적과 생활기록, 질병 등의 수준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에 의한 정보집중이 얼마나 엄청난 문제인지 가늠할 수 있겠다.
여기에 대해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4년 대검찰청이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한국전산원은 "형사사법정보는 아주 민감한 개인 신상 정보가 다수로서, 이를 통합 DB 형태로 구축하는 것은 보안상 문제 발생 소지가 있으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경찰도 '남용의 폐해' 등을 지적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여러 시민단체가 참여한 '2005 빅브라더상 조직위원회'는 이 사업을 <2005 빅브라더상> 후보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을 주도하는 검찰에 의해 이러한 의견과 염려는 무시된 채 독단적으로 강행되고 있다.
검찰 권력의 강화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그것이 검찰 권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애초에 이 프로젝트는 대검찰청의 기획에 의해 시작되었다. 또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 추진단’의 단장은 법무부장관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으며 현재 부장검사가 단장이다. 이런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가 구축되면 그 관리를 검찰이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지금도 수사상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무소불위의 집단이다.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영장청구권을 행사하는 검찰을 경찰이 수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실 검찰의 범죄혐의를 잡고 경찰이 수사하더라도 영장을 청구해주지 않거나 ‘수사를 중단하고 즉시 송치하라’고 지시하여 사실상 수사를 방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그렇더라도 지금은 검찰 모르게 수사를 진행할 수는 있다. 그리하여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다면 검찰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한 가닥 기대는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가 구축되면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경찰이 작성하는 모든 서류를 검찰이 책상에 앉아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송파경찰서 형사들은 도피 중인 피의자의 집을 압수수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들이 검찰에 신청했던 영장 사본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검찰직원 17명이 돈을 받고 피의자에게 수사자료를 유출한 사건이 발각되었다. 그런데 이제 앞으로는 영장 사본 뿐 아니라 아예 경찰이 작성한 조서와 수사서류 일체가 범죄자에게 매매되는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2007년 말까지는 국세청, 노동청, 관세청 등까지 통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사상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정보까지 한손에 장악할 날이 머지않았다. 한 마디로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는 절대권력인 검찰에게 절대반지까지 끼워 주는 짓이다.
통합 아닌 연계가 바람직
검찰은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의 구축이 국민 편의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선전한다. 즉, 한 곳에서 민원서류 발급이나 사건진행상황 조회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기관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 때문이라면 굳이 1,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서버를 통합할 필요가 없다. 각 기관의 기존 서버들을 연계시켜 민원서비스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면 충분한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CJIT, 미국의 JNET와 CICJIS 등과 같은 선진국의 온라인 형사사법정보 공유 체계는 통합이 아닌 연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의 여러 문제점들을 기술적인 면에서 또 관리운영 면에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국가권력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국가권력을 분산시킴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시스템이다.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에 의한 국가기관의 정보 장악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서 절대로 용납되어서는 아니 된다.
무엇보다도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될 뿐 아니라,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업이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이나 사회적 합의도 없이, 또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모습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일찌기 죠지오웰은 국가기관의 정보 장악이 ‘빅 브라더’를 부른다고 경고했다. 지금 막지 않으면 영영 기회는 없다.
ⓒ 죽림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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